명상을 10년동안 하면 벌어지는 일 (feat. 마음수련의 real 실체)

“금일 상품을 13시에서 15시 사이에 배송 예정입니다”
택배기사 아저씨의 변함없는 멘트였다. 어떤 문자보다도 반갑고 기뻤다. 어쩜 매번 똑 같은 내용인데도 매번 설레게 하시는지. 문자 알림이 뜨면 반갑고, 왔다 가시면 또 보고 싶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보장되어 있는 행위 중에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쇼핑!’ 이라고 외칠 것이다. 그 다음은 웹툰, 3순위는 넷플릭스 정도?

택배박스 받는 일은 명상을 10년째 하고 있어도 참 즐거운 일이다

명상을 10년동안 해도 여전히 그렇다. 택배 문자에 가슴이 설렌다. 다른 소소한 즐거움들도 많다. 넷플릭스 신작이 나오면 두근대며 밤을 새고 밤 11시에 라면 캔맥주 마시며 미드를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제도 밤샜다. 만약 ‘명상을 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품었거나 거창한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명상하면 ‘모든 것으로부터 해탈하고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며, ‘왜 너는 아직도 치킨에 환장하냐’고 친구들이 가끔 놀리기도 한다. 그런 시선들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내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겪은 마음수련실체, 10년동안 마음수련을 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에피소드를 소소하게 풀어내어볼까 한다.

“마트에서 5만원밖에 안쓰다니”
예전 살던 집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었다. 걸어서 5분거리도 안되는 곳이어서 우리 가족들은 심심하면 산책 겸 콧바람을 쐬러 마트에 갔다오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갔다가 오기’만 하면 되는데 그 쉬운 걸 하지 못했다는 거다. 왠지 필요한 것 같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카트에 차곡차곡 쌓아서 어느새 계산대에 도착하면 2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계산하기 일쑤였다. 그때는 그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사야만 하는 것들, 먹어야만 하는 것들, 당장 우리 삶에 필요한 것들이니까 안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명상을 시작하고, 곧 이어 엄마도 명상을 시작했다. 언니도 함께했다. 셋이 어느 날 마트에 갔다. “뭐 살 거 없어?” “그러게, 생각보다 없네” 1시간동안 카트를 끌고 식품 코너, 베이커리, 의류점을 다 돌아다녔지만 우리의 카트는 텅 비어있었다. 주방세제와 건전지 같은 소모품이 전부였음에 셋 다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우리 왠일이야?’
그때, 우리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 동안 샀던 물건들이 진짜 필요해서 산 것이 아니라 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것이었음을. 명상을 하니 쓸데없는 낭비가 줄었고, 진짜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음에 다들 기뻐했다.

명상, 마음수련을 하면서 실질적인 이득은 낭비가 줄고 쓸데없는 소비가 사라졌다는 것.

“엄마, 우리 요즘은 잘 안 싸우네?”
나는 엄마한테 서운한 것이 늘 많았다. 나보다 언니를 더 챙기는 것에 섭섭해 했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왜 몰라주냐며 투정을 부렸다. 사춘기 때는 더 가관이었다. 말도 안하고 단식 투쟁도 했다. 명상을 하면서 돌이켜보니, 그 때 엄마는 기울어져가는 집안을 일으켜 세우느라 하루하루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도 오히려 더 짜증을 부렸다.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사정에, 숨막히는 집안 분위기에 만사가 짜증이 났고, 엄마와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었다.
나와 엄마는 이제 어느덧 명상 10년차에 접어들었다. 예전에는 같은 한 공간에 있기 불편해했었는데 지금은 공기처럼 편하다.
“엄마, 우리 예전에 왜 그렇게 싸웠지?”
“난 너랑 싸운 적 없는데?ㅋㅋ”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로부터 발목 잡혔던 날들이 참 길었다 했다. 왜 그런 쓸데 없는 마음들을 갖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참 편하다고 엄마가 지나가듯 말한다. 엄마도 나도 과거에 연연하던 마음으로부터 벗어나, 현재를 살 수 있게 되었음에 참 감사하다.

매일 매일 택배박스를 받는 것처럼, 명상은 일상을 풍요롭게 해준다.

마음수련은 ‘매일 받는 택배 상자’다.

친구들은 내가 처음에 마음수련을 한다고 했을 때,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거기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실체가 뭐냐며, 이상한 곳에 간 거 아니냐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고, 다들 대학생에서 애기 엄마가 되고 나는 직장에서의 경력이 쌓여갈 때쯤이 되니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도 우리처럼 평범하고 똑같구나.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달라. 편해보여.
하지만 확실히 도인은 아니야 ㅋㅋㅋ’

나는 이 말이 참 좋았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고 마음수련을 한다고 하면 다들 ‘구름 타고 날아다닐 줄 아냐’고 물어보던 것이 불과 10년 전이다. 지금은 명상이라는 것이 많이 보편화되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이런 인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도인’처럼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니냐는 편견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도인이 되려고 마음수련을 한 것이 아니다.
일상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 이 명상을 결심했고,
명상 10년차인 지금, 원하던 것을 이루고 있다.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 즐거움이 가득한 날들.
매일 매일 택배상자를 받는 기분이랄까?
마음수련의 실체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