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을 시작한 게 2021년 2월 초부터였으니 이제 30개월이 넘었다.
살면서 무언갈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한 적이 드물어서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나의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을 기록하고 새기고 싶어 마음수련 후기를 몇 자 적어본다.
마음수련 명상 후기 세 줄 요약
1. 나만의 감정에 빠져 힘들어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크게 줄었다.
2. 감정에 치우침 없이 의사 전달을 하는 것만으로도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3. 인간관계에서 오는 압박감이 줄고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마음수련 명상을 통해 스스로 알게 된 나의 성향과 문제점
나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특히 업무를 진행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위치에 있는데, 내 기분에 따라 일상이나 업무가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내 감정에 한번 빠지면 회복하는 데도 오래 걸리고 사람 간의 소통이 매우 어려워진다.
화가 나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 심장이 벌렁거리고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리면서 눈물부터 난다. 회사에서는 늘 좋은 이야기만 오갈 수 없기에 불편한 말, 싫은 소리가 다반사인데 그때마다 상처를 크게 입는다. 그리고 차분하게 내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고 급발진을 하거나 반대로 꾹꾹 참고 속앓이를 하게 되는 나 자신이 늘 아쉬웠다.
내가 부러워했던 사람
1. 내 생각을 조리 있고 부드럽게 전달하는 사람
2. 상대의 말에 웃으면서 심각하지 않게 받아칠 줄 아는 사람
3. 안 좋은 상황이나 모진 말도 쿨하게 넘기고 뒤끝 없는 사람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인생이 좀 편할 텐데,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막상 집에 와서는 괴로움에 몸서리친다.
상대는 내 속 사정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기에 문제는 반복되었다.
회사에서 나의 포지션은 늘 바쁘고, 성격 까칠하고 사람 눈치 보이게 만드는 미성숙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 스트레스가 해소되지도 않고, 나 혼자만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일이 되니 억울했다.
미성숙한 감정 컨트롤로 인해 생긴 연쇄적인 문제들
회사 생활
– 감정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다 보니 주변 사람이 내 기분에 따라 눈치를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에서 벽이 생긴다.
– 클라이언트나 직장 상사, 동료들과 업무를 진행할 때 그들의 요구사항에 거절을 잘 못하거나, 참다가 더 안 좋은 상황에서 거절을 하게 되어 서로 곤란해진다.
– 동료에게 업무 요청을 정확하게 하지 못해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다 떠맡고 수습하게 된다.
– 업무 과부하, 시간의 압박과 스트레스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회복할 시간은 점점 부족하게 된다.
– 억울한 심정을 제대로 전달하거나, 오해를 풀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기에,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건강
– 인간관계가 어렵고 가중되는 스트레스와 화병으로 인해 불면에 시달린다.
– 야근이 늘고 과로하게 되어서 건강을 회복할 시간도 부족하다.
– 신체 리듬이 깨지고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증이 생기고 건강이 나빠졌다.
인간관계
– 다양한 상황에 대한 융통성과 포용력이 없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그선을 넘어버리면 감당하지 못함)
– 과거 실패했던 것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곱씹고 자책하는 일이 많다.
– 누군가 나를 평가하거나 질책하는 말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영향을 받는다.
– 반대로 나에 대한 칭찬도 온전히 믿고 감사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비대면 명상 수업 과정
마음수련은 강남과 홍대, 대학로 등에 명상센터가 있어 대면과 비대면 수업이 모두 가능하다.
내향적이면서 끈기가 부족한 나에게는 Zoom 앱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접속하여 명상을 하는 비대면 수업이 잘 맞았다.
2021년 상반기는 일주일에 한 번 참석. 이후 재택근무 시간이 주어지고부터 주 3-4회씩 1회에 1시간~1시간 반 명상을 했다.
마음수련 명상 수업을 듣게 되면 과정(단계)이라는 게 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모두 1과정에서 시작해서 7과정까지 올라가야 한다.
절대적인 명상 시간을 늘리니 그만큼 과정을 수료하는 속도가 빨라져 6개월 만에 7과정이 되었고 2022년에는 ‘습없애기’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집중을 도와주는 강사님의 명상 멘트
강사님이 수업을 리드해 주시는데 강사님 멘트가 명상의 몰입에 매우 도움이 된다.
마음이 복잡하고 여러 감정이 섞여있어 처음에는 그걸 꺼내기가 어려웠는데 잘 떠올리고 버릴 수 있도록 해주고 졸리거나 딴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처음 경험하는 깊은 성찰과 인식 전환
자기성찰을 하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내 부정적인 감정을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침울한 기운을 주변에 퍼트리는 것 자체가 나는 얼마나 속 좁고 편협한 인간인가 대해 돌아보았다.
내 말과 행동, 사고방식 등을 깊게 돌아보는 과정에서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상당히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위주로 상황이 돌아가게끔 하고 싶거나, 또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그런 나의 이상적인 모습을 신경 쓰느라 타인의 작은 비판이나 판단도 못 견뎌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스스로 나의 예민하고 감정적인 면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자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바뀌지도 않는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기록하고 그런 편협된 마음을 버리고 바꾸려고 노력하면 습관도 조금씩 바뀐다.
나에게 이득이 되어서가 아니라, 주변의 존재 자체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알게 된다.
마음수련 후 변화된 점
– 감정 기복이 줄어들고 감정의 어두운 동굴 속에서 예전보다 빠르게 빠져나오게 되었다.
– 불편한 회의 자리에서도 의견을 더 침착하고 부드럽게 전달하고 업무를 정확하게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수용하는 폭이 넓어졌다.
– 일이나, 상황을 대할 때 긍정적인 이면까지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졌다.
– 감정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몰입하게 되었다.
내가 깊이 돌아본 내용을 틈틈이 글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감사한 점도 생각을 해본다.
추상적으로 머릿속에 뒤죽박죽되어있던 게 글로 정리가 되면 버리기도 더 쉽다.
주로 썼던 내용을 살펴보니 이런 것이 있었다.
2022. 7. 18.
세상의 모든 일이 나를 위해서 있지 않다. 나에게 딱 맞는 조건은 없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나를 단련시키기도 좌절시키기도 한다.
2022. 7. 21.
누구에게나 훈련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 단점을 자책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인정하면 편하다.
내가 상대에게 배려라는 이름으로 기대하는 것이 너무 많다. 알아서 배려해 주고 물어봐 주길 바라지 말자.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이해해 준다.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
2022. 8. 4.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 “조금 있다가 답을 할게요”라고 말한다.
나는 원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나의 상태를 솔직히 표현하면 된다.
나도 남에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지 말자.
2022. 8. 8.
감사함이 없으면 슬럼프가 온다. 대접받고 싶은 마음을 버리자.
2022. 8. 22.
남이 이렇다 저렇다 생각하는 것은 내가 그런 눈으로 보고 있어서이다.
내 생각 속에서만 그렇게 판단한다.
2022. 09.06.
기분이 상할 일이 아니면 더 상하지 않기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는 것을 알기
나도 못하면서 남에게 기대하지 않기
내가 상대에게 져주고 도와주는 마음으로 하면 되는데
내 말이 맞고 내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괴로움이 온다.
2022. 11. 1.
– 기대하는 마음 버리기
– 실패한 경험으로 인한 걱정과 부정적 마음
– 내생각만 맞는다고 하면서 싸우는 나
– 말 안 해도 알아주길 바라는 나
– 내가 힘들다는 걸 인정받고 싶은 마음.
– 이해받고 싶은 마음.
생각과 걱정을 버린다.
내가 지금 뭘 알고 뭘 모르는지 확인해서 진취적으로 문제 해결하기로 한다.
모르겠다는 말을 하지 않기. 끝까지 마무리하기.
바뀐 게 없다고 하기 전에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2023. 1.3.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남의 단점을 보는 것이 많이 없어졌다.
스트레스가 많이 줄고 마음이 안정적 이어졌다.
내 행동이 옳고 내 생각이 맞는다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면 그 자체가 싸움의 원인이 된다.
마음수련 후기 마무리
인생에 가장 도움이 되는 명상 습관을 들여놨으니까 앞으로 꾸준히 변화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내가 그동안 쌓아둔 거짓되고 부정적인 마음을 버리면 사람은 바뀔 수 있다.
평소에 하던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살던 대로 살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나의 마음을 적고, 버리고, 변화되고 싶은 모습으로 아주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것을 스스로 확인한다.
더디지만, 이런 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나의 삶에서 큰 활력이자 꽉 찬 의미임을 느낀다.
그리고 명상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강사님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참 행운이다.
주변에 감사한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 그리고 그걸 절대 명상하기 전에는 몰랐다는 것.
뭐든 해보면 배울 점이 있고 도움이 되겠지만 명상은 특히 본인의 직접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번외 – 흥미로운 사실 하나
마음수련 명상센터는 2010년에도 17만 원이었는데 2023년인 지금도 17만 원이다!